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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적인 화해팀에서 브랜딩하기
2022. 05. 24업무를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원래 그래야 하는 일’은 어디에도 없다. 다른 회사가 다 한다고 해서 우리 회사도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꼭 해야만 하는 일도 없다. 특히, 화해팀(버드뷰)처럼 구성원들 스스로가 해야 할 일을 정의하는 문화를 가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자율적인 화해팀에서 브랜딩하기
내 얘기를 하기에 앞서 화해팀(버드뷰)의 업무 문화 중 하나를 소개해야 할 것 같다. 앞서 말한 것처럼 화해팀에서는 업무가 정해져서 내게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신 문제를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미션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다. 문제의 경우 누군가가 발견하여 얘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해당 업무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스스로가 문제를 정의하고 더 나은 목표를 위한 해결 방법을 찾고 실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해의 BX디자이너는 고객에게 화해가 차별화된 브랜드로 인지되게 하고,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때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기에 BX디자이너는 문제 발견을 위해 ‘브랜딩’에 집중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새로운 프로젝트를 해야, 또는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브랜딩에 도움이 될까?’라는 고민을 늘 하고, 이 과정에서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문제나 답을 찾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BX디자이너인 내가 일부 브랜딩 프로젝트를 리딩할 때도 있다.
이처럼 화해팀에서는 직접적으로 주어진 역할이 아닌 경우에도 자율적으로 문제 제기와 함께 답을 찾아 나서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때 WHY와 HOW를 명확히 하고 내가 이 일에서 어떤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조직을 설득하며 앞으로의 길을 만들어가게 된다.
이런 것이 지금 나에게는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나 역시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열정만 넘쳐서 ‘왜 사람들이 이런 프로젝트를 안 하지?’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너무 당연하고 꼭 필요한 일인데 왜 이런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라는 생각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또 반대로 경영진이나 누군가가 브랜딩에 꽂혀서 ‘왜 우린 이런 걸 안 하죠? 우리도 이런 거 합시다’라고 제시하며 이끌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발견해 제시하고, 또 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이 프로젝트를 왜 해야 하나요?”, “이 안건에서 브랜딩이 왜 필요한가요?”라고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서 목표와 방향성을 더욱 명확히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브랜딩에 대해 더 깊이 있게 고민할 수 있었다.
디자인과 브랜딩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아무리 밀접하다고 해도 실무적으로 디자인과 브랜드 기획은 다른 지식과 역량을 필요로 한다. 어떤 문제를 제시하는 것을 넘어 직접 문제해결을 리드하고 추진하려면, (전통적인 의미의) 디자이너 역할을 벗어난 일들도 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여러 브랜딩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학습 영역이 굉장히 넓어졌고,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일할 기회도 많아졌다. 동시에 그만큼 고민도 늘어났지만 일하는 것이 이전보다 훨씬 재미있어졌다.
내가 이런 도전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화해팀의 협업 문화가 크게 한몫 한 것 같다. 사실 화해팀처럼 목표나 목적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일이 무한대로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화해팀에서는 ‘당신이 가진 리소스 안에서 알아서 하세요’ 또는 ‘당신의 과제이니 혼자 해 보세요’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만약 그랬다면 누구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의 화해팀의 일하는 방식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 역시 팀원들에게 엄청난 욕을 먹고 아주 나쁜 팀장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화해팀에서는 내가 어떤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설득하고, 더 나아가 추진하려고 하면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는 동료들이 정말 많다. 나는 이런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때 제일 신이 난다. 지금 이 글을 편집해 줄 커뮤니케이션팀을 비롯해 무언가를 제안하면 나처럼 신나하는 사람들이 화해팀에는 가득하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 재미가 있고, 그러다 보면 내게 주어진 역할을 넘어 어떠한 필요를 발견하고, 추진하는 일을 계속해서 즐기게 된다.
나는 사람들에게 ‘와~ 나 이런 거 만들었어!’하면서 보여줄 수 있는, 내 포트폴리오에 넣을 만한 때깔 좋은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내가 하는 이 일로 인해 화해가 경쟁력 있고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화해를 이용하고, 실제 고객의 일상에 도움을 주고, 뷰티 시장뿐 아니라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브랜드이자 서비스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나와 함께 화해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동료들이 일이 아니라 사명을 이뤄가고 있다는 생각으로 매일매일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화해의 고유한 가치를 지키면서도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화해 그리고 화해를 만들어 가는 우리도 변화하고 성장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내 역할에 맞는 일은 물론 더 나아가 화해와 화해의 고객, 그리고 화해팀(버드뷰)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들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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