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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 메이크업으로 헤딩하기

2023. 04. 20

맨땅에 메이크업으로 헤딩하기_화해

 

 

 

입사 전 화해에 대해 알지 못했던 저에게도,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화해는 스킨케어 제품 정보와 화장품 전 성분을 알려주는 서비스로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함께 일하는 PO와 저에게 메이크업 카테고리의 가치와 확장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을 찾아 화해에서 론칭해야 하는 미션이 생겼습니다. 맨땅에 메이크업으로 헤딩하기

 

 

맨땅에 메이크업으로 헤딩하기_화해

 

 

처음에 밴드(화해 내에서 목적 중심으로 PO, 제품디자이너, 개발자, 그리고 관련 부서 팀원들이 모여 만들어진 팀)가 만들어졌을 때는 개발자 하나 없이 PO, UX 리서처, 그리고 디자이너인 저, 이렇게 3명뿐이었습니다. 가장 적은 수의 팀원들과 함께 제로베이스에서 해야 하는 상황이 막막했지만 그게 변명이 될 수 없기에 뭐라도 해보자는 마인드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황무지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한 과제가 2023년 전사 주요 계획이 되는 과정에서 제품 디자이너가 어떤 기조로 일했는지 지금부터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쉬워하지 말고 빠르게 목표를 향해

 

화해팀은 노션을 협업툴 중 하나로 사용하며 팀/밴드마다 중요한 내용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메이크업 밴드의 노션 페이지에는 업무 원칙이 가장 먼저 위치해 있습니다. 여기에 나온 모든 원칙이 중요하지만 밴드원들이 항상 마음에 새기고 가는 항목이 있습니다.

 

 

 

 

MVP*와 끊임없는 실험에 익숙해져야 하는 팀이 당연히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큰 도전이 되는 원칙이었습니다. 시간을 들여서 디자인했는데 그걸 스스로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는 순간을, 디자이너들은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도 제 디자인이 일주일도 안 돼서 사라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미지가 많이 포함된 로티(Lottie) 파일을 최적화하기 위해 며칠 동안 개발자들과 아웅다웅하며 출시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기대했던 목표 지표가 나오지 않아 로티 파일을 삭제해야 했습니다. 노력이 담긴 디자인 결과물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자식을 보내는 것과 같은 마음이 처음 들었습니다.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한의 기능을 구현한 제품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밴드의 목표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법을 배웠고, 실전에서 디자인을 진행하며 생각하는 시간을 간결하게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디자인을 점점 더 소중히 다루게 되고, 그 디자인을 버려야 하는 순간에도 마음 속에 망설임과 다음 디자인을 잘 해낼 수 있느냐는 두려움에 빠지게 됩니다. 두려움을 느끼면 빠르게 달려 나가야 하는 팀에서 아이디어를 내는 데에 머뭇거리게 되고, 작업 속도가 더뎌지면서 동시에 저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팀원들의 속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런 마음을 과감히 버렸습니다.

 

새로운 사업에 집중하는 밴드에서는 모두가 같은 목표에 공감하면서 함께 달려 나가는 속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내가 공들여 만든 디자인이 버려지면 어떡하지 라는 고민 대신 어떤 아이디어를 시도했을 때 빠르게 검증해 볼 수 있을지, 또는 이런 아이디어를 같이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고민을 할 때 더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속도가 맞춰지면서 자연스럽게 제가 가장 잘 알아야 하고, 전문적으로 다뤄야 하는 사용성에 대해서도 더 깊이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검증과 사용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맨땅에 메이크업으로 헤딩하기_화해

 

 

메이크업 밴드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면서도 제품 개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빠르게 실험하고 검증해 나가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초기에는 화해에 이미 올라온 색조 제품 리뷰 중 퍼스널 컬러를 기재한 리뷰의 발색 사진을 모아 퍼스널 컬러 별로 사진을 볼 수 있는 MVP를 구현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기능을 볼 수 있는 실험군과 볼 수 없는 대조군을 나누어 어떤 그룹이 지정된 기간 동안 화해에서 색조 제품을 더 많이 조회하는지 A/B Testing*을 했습니다. 이후 과제에서도 사용자들이 어떤 기능을 이용하는지 지표를 통해 검증 후 정식으로 론칭했습니다. 이렇듯 메이크업 밴드는 유독 지표를 중요하게 보면서 정량적인 데이터를 매일매일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A/B Testing : 두 가지 콘텐츠를 비교해 사용자가 더 높은 관심을 보이는 선택지를 확인하는 방법

 

지표에 따라 과제 순서가 바뀌거나 새로운 과제가 추가되기도 하다 보니 사용성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상황이 자주 생깁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두 가지를 다짐했습니다.

  1. 밴드 구성원으로서 밴드 목표 달성을 가장 높은 우선순위로 두고 진행한다.
  2. 제품 디자이너로서 최소한의 사용성을 위협받는 순간이 오면 목소리를 내고 액션을 제안하고 실행한다.

 

디자이너의 욕심은 잠시 내려놓고 목표로 보고 있는 지표 상승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개발자들과 플로우 차트를 보며 어떤 스펙은 뺄 수 있지만 어떤 스펙은 놓쳐선 안 되는지 토론하고, PO와 함께 PRD(Product Requirement Document, 제품 요구 사항 문서)를 보면서 어느 시기가 되면 사용성을 챙길 수 있을지 얘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맨땅에 메이크업으로 헤딩하기_화해

 

 

 

메이크업 밴드의 다양한 실험과 검증을 거쳐 간편 발색 보기가 정식 기능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지금은 그동안 우선순위에 밀려있던 사용성을 챙기며 보다 완성도 높은 기능으로 고도화 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렇게 기능을 고도화 하기 전에도 디자이너가 사용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기획서를 봤을 때 사용자가 대거 이탈할 만한 지점이 예상되거나 시안을 만들면서 사용자가 해당 기능을 의도대로 잘 사용할지 의심이 드는 순간에 적극적으로 사용자가 마주할 허들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의심이 생길 때마다 관련된 팀원들에게 끊임없이 “이게 최선일까요?” “아무리 최소 스펙을 가져간다고 하지만 이대로 나가면 사용자가 잘 사용할 수 있을까요?” “저희가 보려는 지표에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최전방에서 사용자에 대해 계속 생각해야 하는 제품 디자이너가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결국 팀이 보려는 지표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의견을 내는 데에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논리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로 예상과 추측으로만 의견을 전달하면 그 의견은 힘을 잃게 됩니다. 제품 디자이너로서 제 의견에 근거를 쌓기 위해 고객을 직접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해 지인이나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에게 프로토타입을 공유하고 의견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화해 고객들과도 직접 만나 새로운 기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듣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간편 발색 보기 기능을 경험할 수 있을지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기능에 대한 디자인 초안을 리서처에게 공유했을 때 다른 서비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UX 플로우가 아닐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고 개발을 진행하기 전 사용자를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때마침 UX리서치 파트에서 제품 디자이너가 모더레이터가 되어 유저를 직접 만나 사용성을 검증할 수 있는 캐주얼 UT 프로세스를 만들었고, 이 프로세스를 활용했습니다. 테스트로 제가 디자인한 시안이 유저에게 익숙하지 않은 UX라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UT는 다른 과제를 진행하고 있는 중에 리소스를 추가로 사용해야 했기에 PO를 설득하고 시안을 보고 있던 개발자분들과도 상황 공유가 필요했지만 결과적으로 처음 만들었던 시안에서 오히려 덜어낼 수 있는 지점을 찾아 사용자 경험을 단순하게 만들었고, 개발 공수도 줄였습니다. 이 과제를 통해 지표를 우선적으로 보되, 그 지표를 움직이는 사용자를 미리 만나 기능에 대해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모든 밴드 구성원들이 학습했습니다. 또 빠르게 달려 나가는 팀일지라도 때로는 과제를 완료하는 속도보다 사용성을 더 고민하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맨땅에 메이크업으로 헤딩하기_화해

 

 

 

 

황무지도 결국 싹을 틔우는 땅이었음을

 

 

맨땅에 메이크업으로 헤딩하기_화해

 

 

 

버려지는 디자인을 몇 번 경험하고 여러 과정을 통해 팀원들과의 협업 방식과 제품 디자이너로서 제 역할을 명확하게 정립하다 보니 어느새 메이크업 밴드가 만들어지고 10개월이 지났습니다. 이 시간 동안 밴드는 간편 발색 보기 기능을 정식으로 론칭하고 색조 제품과 관련된 여러 가지 기능을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신규 사업에 초점을 맞춘 밴드에서, 특히 비즈니스의 초기 단계를 다루는 제품 디자이너는 많은 욕심을 버려야 하고 타협을 밥 먹듯이 하는 순간을 분명 마주하게 됩니다. 제품디자이너로서 잘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 때도 있었지만 최소한의 스펙으로 지표가 움직이는 경험을 했고, 그 지표는 단계별로 기능과 사용자 경험을 단단하게 쌓아 올리는 과정의 일부임을 잊지 않았습니다.

 

현재 저처럼 황무지에서 내가 혹은 내 팀이 심은 씨앗이 언제 싹을 틔우나 기다리고 있는 디자이너들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이렇게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의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면 어느새 작아 보였던 내 의견이 자양분이 되어 싹을 틔우는 데에 도움을 준다고요. 새로운 사업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하고 그 가운데서 디자이너는 위축될 수밖에 없지만 그럴 때마다 제품 디자이너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선택해 보세요. 작은 싹을 틔운 밴드의 제품 디자이너도 꽃을 피우기 위해, 더 큰 오아시스를 발견하기 위해 오늘도 빠르게 디자인을 만들고, 의견을 내고, 사용성에 대해 계속 팀원들에게 강조하면서 달려 나가고 있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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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진 | Product Designer

화해 사용자의 경험을 먼저 생각하는 제품 디자이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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